[이데일리 신하영 기자]한상희 건국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교수는 2006년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 연구’의 연구책임을 맡아 로스쿨이 갖춰야 할 기준들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된 기준은 2009년 전국에서 25개 로스쿨을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연구보고서 덕분에 한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한국형 로스쿨 시스템을 처음 구상한 ‘설계자’로 불린다.
한 교수는 최근 법조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사법고시 존치 주장은 일부 고시 출신 인사들이 사시라는 엘리트 선발시험에 대해 갖고 있는 향수와 선민의식의 발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인 사법고시를 존치시키자며 입법청원을 했다.
한 교수는 “물론 고시가 공정한 제도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시험을 보는 순간에만 공정할 뿐 시험을 보기까지의 불평등성은 로스쿨보다 더 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학비가 오히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립대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2075만원에 달했다. 3년간 6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야 한다. 로스쿨이 ‘돈스쿨’이라는 비아냥을 사는 이유다. 사시 존치론자들은 “로스쿨이 부와 권력의 대물림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주장한다. .
한 교수는 “로스쿨 학비 문제는 장학금제도를 통해 보완이 가능하지만, 사법시험에 드는 비용은 철저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가 최근 발표한 ‘로스쿨 도입 5년 점검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23개 로스쿨 재학생 5693명 중 35.4%인 2005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한 교수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제한을 폐지하고, 야간 로스쿨을 개설해 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은 과거처럼 정형화된 법 지식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적 요구를 법률서비스 영역에서 수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야간 로스쿨을 개설해 직장인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워 법조인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도 개선될 것이다.”
현재 로스쿨 졸업자들이 응시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75%로 제한돼 있다. 로스쿨이 한 해 뽑을 수 있는 입학정원은 2000명으로 묶여 있다. 매년 법조계로 진출하는 변호사 수를 1500명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변호사 시험에서 탈락해 재수 삼수에 나서는 응시자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또 다른 ‘고시낭인’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2017년이 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응시자대비 37%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 입학생 중 명문대 출신이 많은 점은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매달리기 때문”이라며 “법무부가 만약 합격률 제한 조치를 푼다면 로스쿨제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률을 제한하지 않고 변호사시험 자체를 ‘자격시험’으로 만든다면 로스쿨 교육의 실무·특성화교육이 살아날 수 있고, 로스쿨 입학의 다양성도 확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